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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더 쉬울 것 같았던 뜨거웠던 9개월의 끝은 이렇게나 쉽다. 영원한 겨울만 알리고 떠나버린 내가 사랑했던 그는 이제 내게 몸을 지닌 남자 같지 않고 필름과 같이 버려진 일회용 카메라에 남은 장면과 같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손짓 나지막한 웃음과 다정한 속삭임. 그가 버린 아름다운 시간을 쥐고 혼자 보내는 밤은 너무나도 길고 괴롭다. 내 온 존재는 한 사람에 대한 총체적 욕망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내 몸과 영혼,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으며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갈망이자 동시에 내 조급한 갈증이었다. 그럴수록 멀어질 걸 감각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미친 듯이 내 모든 것을 완전히 다 걸고 한 곳으로만 향해 있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와의 순간들을 다시 찾지 않을 낙원으로 버릴 것이다. 나의 운명또한 그 곳에서 끝을 맞이한다. 종말의 순간은 죽음의 순간과 일치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한다. 한편으로 살아왔던 시간보다 길게 느껴지는 이 순간의 다음에는 아름다운 탄생이 있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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